* 아래 내용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 1화 - 돈은 빚이다'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은행의 기원을 '알기 쉽게' 설명한 국내 자료 중 개인적으로 이보다 뛰어난 자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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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공업자는 다른 사람의 금화를 이용해 가만히 앉아서 대출이자로 쉽고 편하게 돈을 벌었다. 또한 금화의 주인들에게 대출이자 중 일부를 나눠주며 그들을 같은편으로 만들어 자신의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재치였고 현대의 은행들도 여전히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금융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환상적인 시스템에서도 금세공업자의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커져만갔다. 금세공업자는 결국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은 바로 있지도 않은 금화에 보관증을 남발하는 이른바 '신용창조'였다.
당시 금세공업자의 금고에 정확히 얼만큼의 금화가 보관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각각의 개인이 자신이 맡긴 금화의 수량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의 금화를 맡겨두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세공업자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보관하고 있지도 않은 금화'에 보관증만 써서 마치 금화가 있는 것 처럼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이미 보관증 자체로만 모든 거래를 했고, 보관증에 적힌 금화는 금고에 잘 보관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금세공업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금화의 양에 더이상 구애받지 않고 보관증을 남발하며 대출을 해주었다. 금세공업자가 비로소 '은행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있지도 않은 금화로 더 많은 돈을 쉽게 돈을 벌다니... 부럽다...
한편, 이 과정에서 금세공업자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이 맡겨둔 금화의 약 10% 정도만 찾으러 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금세공업자는 실제로 보관하고 있는 금화의 양의 10배나 되는 보관증을 발행했다.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의 10%로만 찾으러 오곤 하니까, 보관하고 있는 금화의 10배의 보관증을 남발해도 이 시스템을 자체를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훗날 이 '10배'라는 수치는 현대 은행의 통상적인 지급준비율인 '10%'의 토대가 되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재력과 영향력을 휘두르는 금세공업자를 보며, 금화의 주인들은 그제서야 다시 그를 시기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실을 깨달은 후에 곧바로 금세공업자를 찾아가 맡겨둔 모든 금화를 당장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보관하고 있지도 않은 금화에까지 보관증을 남발했던 금세공업자는 보관증 만큼의 금화를 당연히 내어줄 수 없었고 결국 파산했다. 금세공업자 아니, 은행가가 그토록이나 두려워했던 '뱅크런'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금세공업자로부터 시작된 '은행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현대에도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금융위기 중 하나인 '뱅크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비로소 은행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은행의 기원이나 뱅크런과 같은 단편적인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할 부분은 금세공업자에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축인 '신용창조'이다. 쉽게 말해서 '있지도 않은 돈(금화)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있지도 않은 금화에 보관증을 남발하던 금세공업자는 결국 파산했다. 그렇다면 있지도 않은 돈을 대출해주는 은행도 결국 금세공업자처럼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일까? 그렇다면 은행에 맡겨두었던 내 돈을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은행의 기원을 알고나니 오히려 금융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대출을 기반으로 돈이 흐르는 구조에 대해 더욱 의심(?)이 깊어졌다.
다음 글부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대출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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